
TV에서 우연히 본 방송 한 편이 마음에 걸렸다.
1005회 '생활의 달인'에서 소개된 서초구의 오래된 국수집 이야기였는데, 화면 속 음식이 유독 눈에 밟혔다.
그날 당장 가보려 했지만 일정이 여의치 않아 하루를 미뤘고, 다음날 점심시간을 활용해 직접 찾아갔다.

교대역 4번 출구에서 나와 걸으면 3분 남짓이면 도착한다.
주차는 가게 앞 공간이 협소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낫다.
평일 오전 11시 30분부터 문을 여는데, 오후 2시 30분부터 5시까지는 쉬는 시간이니 참고하자.
주말에는 문을 닫는다.

국수 12,000원 (곱빼기 +1,000원)
치킨소스 반마리 11,000원
치킨소스 한마리 20,000원
모밀국수 13,000원
흥미로운 건 '치킨소스'라는 이름이다.
그냥 '치킨'이 아니라 국수와 함께 곁들이라는 의미가 담긴 네이밍으로 보인다.
11시 45분쯤 도착했는데 방송 다음날임에도 웨이팅은 없었다.
2층 공간도 있어서 회전이 빠른 편인 듯했다.

자리에 앉으니 김치 두 종류가 나왔다.
일반 배추김치와 양파김치인데, 특히 양파김치가 생각보다 모든 음식과 잘 어울렸다.
겨자간장은 치킨용이다.

음식이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생각보다 푸짐하다'였다.
국수 한 그릇에 치킨 반마리면 혼자 먹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치킨은 요즘 흔한 후라이드보다는 옛날 통닭에 가까웠다.
튀김옷이 앏고 바삭한데, 오픈 직후라 기름이 깨끗한 게 느껴졌다.
크기는 조금 작은 편이었다.

닭다리는 뭐 말할 것도 없이 맛있었다.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았는데, 가슴살 부위는 역시나 조금 퍽퍽한 감이 있었다.


첫 술을 떠올렸을 때는 예상보다 맑았다.
사전에 '제물국수'라는 방식으로 만든다고 들어서 걸쭉할 거라 생각했는데, 초반엔 상당히 깔끔한 편이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면에서 전분이 우러나와 점점 농도가 진해지긴 했다.
무엇보다 오래도록 뜨끈한 상태가 유지되는 게 추운 날씨에 딱 맞았다.

면은 일반적인 칼국수 기준으로 보면 얇고 부드러운 축에 속했다.
육수는 메뉴판에 적혀있듯 국내산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것이라 했다.

여기 숟가락이 조금 특이했다.
보통 집 것보다 두 배 정도 큰 사이즈였는데, 그렇다고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면을 올려 그 위에 양파김치를 얹어 먹기에 적당했다.

치킨 '소스'라는 이름답게 살을 발라 국수와 함께 먹는 방식이 이 집의 정석이라 생각한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조합은 언제나 실패가 없다.
국수를 먹을 때 항상 아쉬웠던 부분이 고기가 부족하다는 건데, 여기선 그런 아쉬움이 전혀 없었다.

먹다가 입맛이 심심해지면 고춧가루를 뿌려 변화를 줬다.
국물이 조금씩 다른 맛으로 변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국수 안에 아주 얇은 소고기가 조금 들어있었는데, 양은 많지 않았지만 없는 것보단 나았다.
치킨 자체만 놓고 보면 더 맛있는 곳이 많다.
국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둘을 함께 즐기는 독특한 경험은 이곳에서만 가능하다.
멸치와 다시마로 낸 육수가 제물국수임에도 생각보다 깔끔했고, 계속 따뜻함을 유지하는 점도 좋았다.
30년을 한 자리에서 지켜온 이유가 있었다.
근처를 지나게 된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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