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다 보면 일정이 꼬여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끼니를 찾아 헤매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오래 전 꽤 멀리 일을 보러 나갔다가 집 근처 선릉역 인근으로 돌아오니 벌써 오후 4시가 넘어가더군요.
뒤늦게 못 먹은 점심을 때워야 했는데,
강남권 상권 특성상 이 시간이면 대부분의 식당이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고전하기 마련입니다.
쉬는 시간 없이 상시 영업을 하는 곳을 급하게 검색하다가,
마침 동선 상에 위치해 있어 정말 빠르게 한 끼 해결하고 나올 수 있었던 라멘 전문점이 있었습니다.
선릉역 2번 출구 안쪽 골목에 자리 잡은 '코지라멘 선릉본점'입니다.
이전에 근처에 있는 빵빵떡볶이&베이커리를 구경하러 갔다가 지나치며 봐두었던 곳인데,
당시 매장 앞에 붙어있던 풀토핑라멘 이미지가 약간 '도전 메뉴' 같은 강렬한 인상을 주어 기억에 남아있던 집이기도 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 공간은 4인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대략 4~5개 정도 놓여있고,
나머지는 혼밥을 즐기기 좋은 높은 바(Bar) 형태의 다찌 테이블로 채워져 있습니다.
주방 안쪽이 살짝 들여다보이는 전형적인 일본식 라멘집 구조입니다.
포털에 등록된 방문자 리뷰가 2,500개를 훌쩍 넘어가기에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매장에서 상시 진행하는 리뷰 이벤트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블로그 리뷰는 100여 개 안팎인 것으로 보아
인위적인 바이럴 마케팅보다는
골목을 찾는 직장인들의 실질적인 혼밥 수요가 많은 매장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대표 메뉴는 돈코츠와 탄탄멘이며 해장라멘, 마제소바, 차슈덮밥 등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본 돈코츠라멘은 11,000원이며, 차슈 6장에 반숙란 2알이 올라가는 풀토핑라멘은 16,500원입니다.
단품으로 고명을 따로 추가하는 것과 비교해 보니 풀토핑 구성이 조금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라멘을 기다리며 가게 소개글을 읽어보니
매일 아침 8시부터 자체 개발한 육수를 끓여 당일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준비하며,
진하면서도 개운한 국물 맛을 완성하기 위해 5년 동안 연구를 거쳤다고 적혀 있어 은근히 기대감을 갖게 만듭니다.


라멘을 기다리는 동안 사이드로 서브된 고로케 3개입니다.
이 고로케는 매장 플레이스 페이지에 들어가면 항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쿠폰을 활용해 서비스로 받았습니다.
기간별로 제공되는 항목은 조금씩 달라지는 듯합니다.



거칠고 투박한 해시브라운 스타일이 아니라,
아주 고르고 부드럽게 으깬 크리미한 감자 반죽을 바삭하게 튀겨낸 뒤 마요네즈 소스를 뿌려 내어줍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식감이라 사이드로 즐기기에 꽤 직관적인 만족감을 줍니다.
차를 가져왔거나 뒤이어 바로 아이들 픽업 및 이동 일정이 겹치지만 않았다면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무조건 시켜서 곁들였을 법한, 훌륭한 반주용 퀄리티입니다.
급하게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가장 기본인 돈코츠라멘(10,000원)을 내돈내산으로 주문했습니다.
주문 즉시 조리가 들어가는 방식이며 음식이 서브되기까지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국물의 밸런스는 '깔끔함' 쪽에 훨씬 가깝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국물이 묵직하고 터프하게 치고 올라오는 '지로계 라멘'을 깊게 선호하는 편인데,
이곳은 그와는 정반대의 궤적을 그립니다.
요즘 유행하는 정갈한 돼지곰탕 국물과 비교하면 그것보다는 확실히 진하고 감칠맛이 돌며,
일본식 라멘 특유의 짭조름한 염도도 적당히 잡혀있습니다.
묵직한 돈코츠 특유의 꼬릿한 냄새나 무거운 기름기를 의도적으로 걷어내어,
대치동 골목에서 누구나 호불호 없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대중적인 밸런스를 잘 잡아냈다는 인상을 줍니다.






테이블 한 편에는 후추와 일본식 고춧가루인 시치미가 비치되어 있어 중간에 가미해 보았는데,
개인적인 입맛 기준으로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육수 본연의 정갈한 맛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편이 훨씬 나았습니다.
이곳은 원래 공깃밥 추가가 무료로 제공되기에 남은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는 것이 정석 코스이지만,
당시 일정이 너무 촉박해 밥까지 말지 못하고 국물만 겨우 완식한 채 일어선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마지막에 대접을 비워내며 기름 떠 있는 국물 색을 다시 보니
생각보다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은근한 진함이 밑바탕에 깔려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맥모닝 하나로 겨우 버티다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빈속에 마주한 첫 끼였기에
'시장이 반찬'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스치지만,
완식하고 난 뒤에도 짠 기가 강하게 남지 않고 속이 깔끔했던 것을 보면
5년의 연구가 헛되지 않은 정성 어린 한 그릇임이 분명합니다.
선릉역 상권에는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정형화된 대형 프랜차이즈나 방송을 타서 웨이팅이 극악인 유명 라멘집들이 제법 포진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업형 매장보다, 비록 골목 안쪽에 작게 자리 잡았을지언정
본인만의 뚜렷한 철학과 레시피를 가지고 장사를 이어나가는 개인 식당에 훨씬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다음번에는 일정을 조금 넉넉히 비워두고 방문해,
상호명인 '코지(Cozy)'라는 단어 뜻 그대로 편안하고 여유롭게 무료 공깃밥까지 말아서 제대로 즐겨보고 싶은,
재방문 의사가 충분한 곳입니다.
| 핵심 팩트 정보 | 세콰노's 한줄 꿀팁 💡 |
|---|---|
| 📍 위치 | 선릉역 2번 출구 도보 3분 안쪽 골목. 빵빵떡볶이 인근 대치동 상권 초입. |
| ⏰ 브레이크타임 | 오후 쉬는 시간 없음. 강남권에서 오후 3~5시 애매한 시간대 혼밥 해결 시 최적의 대안. |
| 💰 가격 및 서비스 | 돈코츠라멘 10,000원. 공깃밥 추가가 상시 무료이므로 든든한 마무리가 가능함. |
| 🥢 맛 스타일 | 지로계처럼 묵직함보단 대중적이고 개운하며 깔끔한 맛. 불향 입힌 오겹살 차슈가 매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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